양적완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언론에서 많이 들어온 단어입니다. 대략적으로 돈을 푸는 경제 정책인 것만 알고 자세히 알지 못한 분이 많습니다. 오늘은 양적완화가 어떤 것이며, 이를 긍정하는 입장과 부정하는 입장의 논리를 살펴보겠습니다.
1. 양적완화란?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일정 등급 이상의 국채나 민간 채권을 사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이 용어는 일본에서 처음 나온 용어입니다. 급격한 버블 붕괴로 디플레이션에 빠져버린 일본이 최후의 보루로 사용하던 재정 정책을 2008년 미국에서 차용하여 사용함으로써 유명해졌습니다. 양적완화는 흔히 '헬리콥터 머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폭발적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양적완화는 공개시장운영과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개시장운영은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금리를 낮추고, 은행에 흘러들어 가는 유동성을 조절하는 재정 정책입니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제로금리에 근접했을 때, 채권을 거의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정책입니다. 금리가 제로금리에 근접했기 때문에, 채권의 이자율은 변동이 없고 시중에 유동성만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양적완화 정책은 경제 흐름이 막히고 돈이 돌지 않을 위급한 상황에서만 써야 되는 정책이며, 경기가 정상이거나 호황인데도 양적완화를 쓰게 되면 인플레이션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과 2008년의 미국은 경제 위기 급의 위기 상황에 양적완화를 사용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지만, 2020년대 초 코로나 시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 봉쇄를 과도하게 걱정해 경제가 침체되기도 전에 양적 완화를 전 세계가 시행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 인플레이션이 왔고, 특정 국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온 것입니다. 한편, 경기 침체기에 양적완화를 통해 자금을 공급하던 것을 중단하고 다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테이퍼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실질적으로 테이퍼링을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그만큼 한번 푼 자금 유동성은 다시 거두어들이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호황기 이후 슈퍼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조차도 금리를 높임으로써 테이퍼링을 시행했지만, 뿌려진 유동성의 10%도 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2. 긍정론
이 정책을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양적완화를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경제 정책이라고 인식합니다. 저금리 국가에서는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유일하게 경색된 자금 흐름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내수 관점에서 양적완화는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수출 관점에서는 수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향상합니다. 일본의 경우 대표적인 수출 국가이며, 오랜 기간 저성장으로 고생해 온 국가입니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이 붕괴되면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제로 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시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엔 달러 환율이 높아지고,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한 것입니다. 이는 수출기업들이 외국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일본 경제를 떠 받치고 있는 수출 기업들 마저 무너지면 일본은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양적완화 정책은 경제 위기나 장기간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저금리 국가가 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3. 부정론
양적 완화 정책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 정책이 실질적으로 경기 부양의 효과가 없다고 비판합니다. 유동성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실물 경제 시장에 돈이 투입되고 투자와 소비가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투입된 대부분의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실물 경제와는 상관없이 부동산과 주식의 폭등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은 전 세계에서 사회 문제가 아닌 곳이 없는 지경이고, 이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켜 더욱 실물 경제를 악화시킵니다. 아무리 양적완화를 해도 자산시장 규모만 커지고, 서민들의 삶은 팍팍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또한, 양적완화는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인플레이션과 실물 경제 회복은 비슷하지만 다른 얘기입니다. 실물 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서민들의 소득이 오르고, 향상된 소득으로 소비가 원활해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따라올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실물 경제 회복 없는 인플레이션은 투자, 일자리, 소득, 소비가 향상되지 않고 오로지 물가만 오르는 것입니다. 이런 악성 인플레이션은 실물 경제를 더 위축시킵니다. 이와 같은 자산 시장 거품과 물가 상승은 빈부격차를 늘리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가 나온 것과 2010년대 초 아랍의 봄 사태도 사회의 빈부격차가 그 배경입니다. 또한, 양적완화는 기업의 비효율적 투자를 유도합니다. 경제와 투자의 기본 원칙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금리와 유동성에 중독된 기업들은 오로지 낮은 금리만 믿고 상품을 과잉 생산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 건설사들은 저금리만 믿고 새 아파트를 무작정 짓습니다. 저금리가 유지될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생각될 테지만, 문제는 금리를 올릴 때 발생합니다.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리면, 저금리와 유동성에 중독된 시장은 급속하게 얼어붙습니다. 그러면 악성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게 되고 버티지 못한 건설사는 부도를 맞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이 미분양 아파트를 짓기 위해 투입된 인력, 수도, 전기 등은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양적완화로 인해 전체 사회 부가 오히려 감소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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