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 2024. 1. 14. 12:17

한국 양적완화 사례 분석

한국 양적완화는 역사적으로 두 차례 있었습니다. 2014년과 2020년의 두 사례를 분석하고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외국 양적완화 정책의 차이점과 원인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한국의 양적완화

한국의 양적완화는 역사적으로 2번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는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이고, 두 번째는 2020년 초 코로나 경제 위기 때입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의 한국형 양적완화는 전문가들로부터 진정한 양적완화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받습니다. 진정한 양적완화란 정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국공채를 사들임으로써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한국형 양적완화는 국공채를 사들인 것이 아니라, 특정 대기업의 부실 채권을 사들인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기업 경영에 위험을 겪던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 STX,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부실화된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이는 양적완화라기보다는 특정 기업을 구제하는 구제금융이며 대기업에만 주어지는 특혜에 가까운 정책이었습니다. 조선업이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특정 기업을 살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좀비 기업을 양산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부실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에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특혜를 대기업에는 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런 관치금융과 구제금융 방식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가 얼마나 미성숙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자유로운 시장 경제 안에서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면서 혁신 기업이 나오고 발전하는 것인데, 한국은 70~80년대부터 이어온 국가 주도 경제성장의 틀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 2020년 초 코로나 경제 위기 때는 전 세계적인 경제 봉쇄 정책으로 인해 선제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금리를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다양한 보조금과 대출 정책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했습니다. 이때에도 원래의 중앙은행이 국공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와는 다른 방식이죠. 이때는 전 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돈을 풀었습니다. 이렇게 푼 돈은 결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매로 전 세계에 슈퍼인플레이션을 불러왔습니다. 

2. 한국의 양적완화 능력

2014년과 2020년 한국의 양적완화는 미국과 일본의 그것과는 비슷한 듯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원화가치가 기축통화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유럽 유로화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양적 완화 정책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원인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가계 부채 문제입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계부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힙니다.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돈은 대개 실물 경제로 흘러들어 가기보다는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으로 대규모의 자금이 흘러들어 가 시장의 폭등을 야기할 것입니다. 한국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폭등은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를 야기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긴 경제 버블은 과거의 일본처럼 언젠가 터지고 경제의 장기 침체를 불러올 것입니다. 둘째, 외국인 자금 이탈 문제입니다. 한국 원화표시 국채와 미국 달러화표시 국채가 동일한 금리를 제공한다면, 누구라도 더 안정적인 미국 국채를 살 것입니다. 국가 경제 부도 위험이 높은 나라의 국채는 높은 이자율을 주고, 부도 위험이 낮은 미국 같은 나라의 국채는 낮은 이자율을 줘도 됩니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무시하고 한국이 미국과 동일한 국채 이자율을 준다는 것은 외국인 국채 투자자들에게 미국으로 가라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금융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우선 주식과 채권 시장이 공황 상태가 될 것입니다.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공황이 발생하면, 도미노 현상으로 은행과 실물 경제에도 공황이 옮겨갈 것입니다. 또한, 급격한 원화가치 급락으로 환율은 폭등할 것이며, 물가 상승으로 실물 경제는 파탄날 것입니다. 셋째, 근본적인 경제 체질의 문제입니다. 한국 경제는 저출산, 수도권 집중, 고령화, 제조업의 쇠퇴, 과도한 규제 등의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경제 체질을 고치지 않고 단기적으로 양적완화를 통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경제 위기를 뒤로 지연시킬 뿐입니다. 자연스러운 시장 경제가 아닌 인위적으로 돈을 푸는 것은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터질 문제인 것입니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